임신하면 외벌이, 합가해서 비용 줄이자

결혼을 두 달 앞둔 예비 신부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충을 털어놨다. 서로 나이가 있어 결혼 직후 바로 아이를 가질 계획이었고, 현재 자취방을 임신 시점까지 그대로 쓰기로 해 신혼집은 따로 알아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경제적인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예비 남편이 뜻밖의 제안을 꺼냈다. “임신하면 외벌이에 대출금까지 나가는데, 지출을 줄이려면 시댁에 들어가 사는 게 낫겠다”는 것이었다.
A씨는 로테이션 근무 특성상 임신과 동시에 일을 쉬어야 하고, 최소 2~3년은 외벌이 생활이 불가피하다. 남편 입장에서는 월 고정 지출을 줄이고 싶었을 터다. 하지만 A씨의 반응은 단호했다. 이미 친정 부모님과도 독립해 살고 있는데, 남인 시부모님 집에 들어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합가 후 아내가 두려운 것
A씨는 “남자친구 주변에 몇명 시댁이랑 살면서 아이를 봐주는 집을 봐서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남편이 여자가 시댁에서 살며 감당해야 할 일들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끝까지 우길까 봐 걱정된다”고 썼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댓글에는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9년간의 합가 생활 끝에 “죽을 것 같아서 분가했다”고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넓은 집에 맞벌이까지 가능한 조건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시어머니가 아이 버릇을 제 맘대로 들이고, 남편은 아들로만 살았으며, 살림과 육아는 고스란히 자신 몫이었다. 9년 뒤 빈털터리로 분가했을 때 남은 것은 정신과 상담 이력과 무너진 부부 사이뿐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합가하는 순간 그 집은 쉬는 곳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름에 시원한 옷도 못 입고, 남편 형제가 올 때마다 손님 치르고, 한번 들어가면 사이가 틀어져야만 겨우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의 반응
온라인 반응은 냉담했다. “3년 외벌이도 감당 못 할 경제력이라면 결혼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월세 아끼자고 며느리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합가가 그렇게 합리적이라면 처가살이부터 제안해봐라”는 댓글에는 공감이 집중됐다. 자신의 부모님 집은 왜 안 되고, 아내 부모님 집은 왜 선택지조차 아닌지를 꼬집은 것이다.
한편 일부는 A씨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거주 문제조차 정하지 않은 채 임신부터 계획했다는 점, 남편의 외벌이 수입이 대출을 감당하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아이를 갖겠다고 나선 점이 합가 요구를 불러온 배경이 됐다는 시각이다. 다만 그것이 합가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합가, 왜 아직도 반복되는가
육아 공백을 조부모의 도움으로 메우려는 시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를 봐주는 편의를 얻는 대신 24시간 타인의 시선 아래 살아야 하고, 집안일과 손님 치르기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A씨의 사연이 수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 것은, 그 두려움이 낯설지 않은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결혼 전 합가를 꺼내는 남성은 아직 독립된 부부로 살 준비가 덜 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경험자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