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틀까지 닦을건데 15만원?”…계약서엔 없는데도 끝까지 요구한 집주인,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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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다 해놨는데 15만원 내라고요?

월세 자취방 청소하는 모습
월세 자취방 청소하는 모습 / 생성형AI를 통해 만든 이미지

원룸을 2년 넘게 쓴 세입자가 퇴거를 앞두고 뜻밖의 요구를 받았다. 집주인이 청소비 명목으로 15만 원 이상을 내라고 한 것이다. 담배도 피우지 않았고, 동물도 키우지 않았다. 벽지 훼손 한 군데 없이 살았는데도 청소비를 요구받자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억울함을 털어놓았다.

지난 21일 네이트판에 올라온 A씨의 글은 하루 만에 조회수 3만 5천 건을 넘겼다. A씨는 “계약서에는 ‘퇴거 시 원상태로 회복하여 반환한다’는 문구만 있고, 청소비 금액은 한 줄도 적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화장실과 주방은 물론 창틀까지 직접 닦을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퇴거일도 원래 날짜보다 6일 앞당겨 집을 비워주는 배려를 했지만, 집주인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A씨는 “기본 청소를 해놓겠다고 했는데도 강경하게 청소비를 받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계약서에 금액도 없는데 내야 하나

누리꾼들은 즉각 반응했다. 한 누리꾼은 “집을 깨끗하게 써도 특약에 넣어서 청소비를 받아가는 집주인이 요즘 많아졌다”며 “원룸 세 번 이사 다니는 동안 한 번도 안 낸 적이 없다”고 전했다.

다른 누리꾼은 “기본 청소를 마친 상태라면 사회 통념상 원상복구 의무를 다한 것”이라며 집주인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안 준다고 했더니 생활 기스 하나하나 찾아서 따지기 시작하더라, 시간이 더 아까워서 그냥 줬다”는 씁쓸한 경험을 공유하는 댓글도 줄을 이었다.

법적으로는 어떻게 볼까. ‘원상회복’이란 집을 완전히 새것으로 되돌리라는 뜻이 아니다. 세입자가 살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사용감은 제외하고, 고의나 과실로 훼손한 부분만 정리하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토교통부가 공동 배포하는 표준임대차계약서 해설에 따르면, 통상적인 생활오염은 임차인의 원상복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기름때 방치, 곰팡이 확산, 심각한 오염처럼 일반적인 사용 범위를 훨씬 벗어난 경우에는 청소 비용의 일부가 인정될 여지가 있지만, A씨의 경우처럼 직접 청소를 마친 상태에서 금액 명시도 없는 청소비를 요구하는 것은 분쟁 소지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입주 때 찍어둔 사진 한 장이 분쟁을 막는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공유했다. 짐을 먼저 빼고 계약 마지막 날 청소하러 가려 했는데, 집주인이 청소가 안 됐다고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계약 종료일에 직접 청소하러 가겠으니 짐에 손대지 말라”고 했더니, 집주인이 알아서 청소하겠다고 끊었다고 전했다. 마지막 날 찾아가니 이미 새 세입자가 들어와 살고 있었다는 황당한 결말도 덧붙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입주 당일 사진과 영상 촬영을 꼽는다. 벽지 상태, 바닥 흠집, 화장실 타일 변색 여부 등을 날짜가 찍힌 사진으로 남겨두면 퇴거 시 기준점이 된다.

특히 특약사항에 청소비 금액이나 범위가 명시되지 않은 계약이라면, 입주 당시 상태와 퇴실 당시 상태를 비교하는 것이 분쟁 해결의 핵심 근거가 된다. 전문가들은 계약 단계에서 청소비 발생 여부와 금액을 특약으로 명확히 적는 것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현실은 조금 복잡하다. 다음 세입자를 위한 전문 청소 업체 비용이 통상 10만~20만 원 선에서 형성돼 있고, 일부 집주인은 이를 관행처럼 세입자에게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계약서에 명시가 없어도 분위기에 밀려 지급하는 세입자가 많아지면서, 이 관행이 더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의 사연에 추천보다 반대가 6배 가까이 많았던 것은, 요구 자체보다 소통 방식에 공감하지 못한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A씨는 댓글에서 “창틀까지 닦을 건데 이게 청소가 안 된 건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거듭 전했다. 퇴거 청소비를 둘러싼 갈등은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계약서 한 줄의 무게가 이사철마다 수십만 원의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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