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아홉산숲, 400년 동안 아무도 못 들어갔던 부산의 사유림

부산 기장군 철마면, 아홉산 자락에 자리한 숲 하나가 있습니다. 임진왜란부터 일제강점기, 해방과 전쟁, 산업화의 물결까지 거치면서도 단 한 번도 외부에 개방되지 않았던 곳입니다.
한 집안이 400년 가까이 묵묵히 지켜온 이 사유림은, 2016년에야 비로소 세상에 문을 열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조금만. 자연 훼손을 막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믿음 하나로, 지금도 제한된 인원만이 이 숲에 발을 들일 수 있습니다.
기장 아홉산숲 입장료
입장료는 일반 성인 기준 8,000원이며, 경로·단체는 7,000원, 청소년과 어린이는 5,000원입니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입장 마감은 오후 5시입니다.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연중 쉬는 날 없이 운영됩니다. 이용 요금은 변동될 수 있으니 방문 전 전화나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장 아홉산숲 볼거리는 무엇이 있을까

총면적 52만㎡. 수치로 봐도 압도적이지만, 실제로 발을 들이면 그 크기가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대나무숲, 편백나무 숲, 삼나무, 은행나무 같은 인공림과 수령 100년에서 300년에 이르는 금강송이 어우러진 천연림이 이 숲을 이룹니다. 116그루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오랜 세월의 무게를 품은 나무들이 사방에 서 있습니다.
한편 이 숲이 오늘날까지 건강한 생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랜 기간 그린벨트이자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기에, 개발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산토끼, 고라니, 꿩, 멧비둘기는 물론이고 족제비, 오소리, 반딧불이까지 온갖 생명이 이 숲 안에 깃들어 살고 있습니다.
대나무숲 산책로

매표소를 지나면 곧바로 산책로가 시작됩니다. 방향 안내판이 잘 갖춰져 있어 화살표만 따라 걸으면 길을 잃을 걱정이 없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처음 마주치는 건 굿터 맹종죽숲입니다. 빽빽하게 솟아오른 대나무 사이로 들어서면, 하늘이 좁아지고 그 틈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을 찌릅니다. 특히 바람이 불 때면 대나무 줄기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달리 비길 곳 없는 청각의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두 번째 대숲은 평지대밭으로, 양쪽으로 대나무가 빼곡히 우거진 오솔길입니다. 빛 한 줄기 비집고 들어오기 어려울 만큼 울창해, 한낮에도 서늘한 기운이 살갗을 감쌉니다. 일명 대나무 가로수길로도 알려진 이 길은, 차분하게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금강송 숲과 종택 관미헌
대나무숲을 지나 깊숙이 들어서면 수령 100년이 넘는 금강송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쭉 뻗은 붉은 줄기를 올려다보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춰집니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채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나무들 사이를 걷는 시간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고요함을 안겨줍니다. 다만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산책로 전체를 둘러보는 데 1시간에서 2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숲을 한 바퀴 돌고 입구 쪽으로 나오면 종택 ‘관미헌’을 만납니다. 못을 전혀 쓰지 않은 전통 한옥으로, ‘고사리 같은 하찮은 풀도 눈여겨 본다’는 뜻을 이름에 담고 있습니다. 나무 아궁이를 여전히 사용하는 이 종택에는, 지금도 숲을 지키는 가족이 직접 거주하고 있습니다.
아홉산 숲 체험 프로그램

이 밖에도 아이들을 위한 숲 속 체험과 놀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숲 해설가의 안내를 받으면, 그냥 지나쳤을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의 이름과 생태적 의미를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대나무를 활용한 만들기 체험이나 생태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교실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경험을 선물합니다.
특히 놀이기구 하나 없어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웃음을 찾는 곳이 이 숲입니다. 시끌벅적한 유원지와는 결이 다릅니다. 가족이 함께 걷고, 이야기 나누고, 자연과 조용히 교감하는 시간이 이 숲 안에 있습니다. 코끝에 닿는 나무 향기, 귓가를 울리는 새소리, 나무 그늘이 드리우는 서늘한 공기는,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쉽게 잊히지 않는 감각으로 남습니다.
기장 아홉산숲 가는 법
아홉산숲의 주소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철마면 미동길 37-1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도시철도 1호선 노포역에서 내린 뒤, 2-3번 마을버스로 환승해 미동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됩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아홉산숲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주차 요금은 무료입니다. 방문 전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먼저 마쳐두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