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 안에 이런 산책길이 있었나, 회동수원지

부산 금정구 한쪽에 넓고 조용한 저수지가 있습니다. 수면 위로 산 능선이 겹쳐 보이고, 바람이 잦아들면 하늘이 물 위에 그대로 내려앉습니다. 도심과 멀지 않은 곳인데, 막상 걷다 보면 여기가 부산 맞나 싶을 만큼 고요합니다. 총 면적 2.17㎢, 저수량 약 1,850만 톤의 회동수원지 이야기입니다.
회동수원지는 1930년대 말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이 심각해지자 조성된 인공 저수지입니다. 수영강이 철마천과 만나는 지점, 금정구 회동동과 오륜동 일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1964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막혔고, 이후 약 45년이 지난 2010년 1월에야 시민에게 다시 열렸습니다.
회동수원지 산책코스

오래 닫혀 있던 시간만큼 자연이 잘 보존돼 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길은 땅뫼산 황토숲길입니다. 상현마을에서 동천교를 잇는 부산 갈맷길 8-1구간의 일부로, 약 1km 구간이 이어집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의 없어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발아래 흙길이 부드럽고, 걷다 보면 중간중간 저수지 수면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특히 황토숲길 주변의 편백나무 구간이 인상적입니다. 나무 사이로 들어서면 공기가 한결 달라지는 느낌이 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이 서로 스치는 소리가 조용하게 울립니다. 그늘이 풍부해 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하고, 겨울에는 찬바람을 어느 정도 막아줍니다.
회동수원지 오륜대
조선시대에는 이 일대를 오륜대라 불렀다고 전해집니다. 주자학을 공부하던 이들이 이곳에 머물며 자연과 함께 지냈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오륜대 쪽에서 바라보면 물 위로 번지는 빛과 산의 윤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회동수원지 주변 풍경

저수지 사방이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도 능선과 수면이 함께 보입니다. 맑은 날이면 산 그림자가 물 위에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수면은 대체로 잔잔해서, 바람이 없는 날에는 수면 자체가 거울처럼 하늘을 담습니다. 큰 시설이나 인공 조형물이 많지 않아, 풍경이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회동수원지는 현재도 부산 시민의 실제 상수원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부 구간은 출입이 제한돼 있으며, 취사와 낚시는 금지입니다. 지정된 산책로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기본 예절입니다.
회동수원지 가는 법, 대중교통 타는 방법

상현마을 방면으로 접근하려면 지하철 1호선 구서역 2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3-1번을 타고 상현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됩니다.
오륜본동 방면은 장전역 2번 또는 4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5번을 이용해 오륜본동 정류장에서 하차합니다.
회동수원지 주차 및 버스 정보
회동동 종점을 이용한다면 42번, 99번, 179번 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종점에서 회동호 관리소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거리입니다. 차로 방문할 경우에도 금정구 도심에서 멀지 않아 가는데 까지 어렵지 않습니다. 상현마을 쪽과 오륜본동 쪽 어느 방향으로 들어가도 자연스럽게 저수지를 따라 걸을 수 있습니다.
부산 주말 나들이, 회동수원지로
멀리 떠나지 않아도 물과 숲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면, 회동수원지는 충분히 그 답이 됩니다.
45년간 닫혀 있던 시간이 오히려 이곳의 자연을 지켜줬고, 지금 우리가 걷는 흙길과 편백숲은 그 덕분에 남아 있습니다. 1km 남짓한 평탄한 길, 잔잔한 수면, 나뭇잎 스치는 소리. 거창한 준비 없이 운동화 하나만 챙겨도 충분합니다.
부산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런 산책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 번쯤 발걸음을 옮겨볼 이유가 됩니다. 조용히 걷고 싶은 날, 회동수원지를 한 번 들러보시길 권합니다.